일상의 흐뭇함 속에 모친과 동생 만나 또 추억될 하루를 만들다
오늘(2/24)은 아침 7시15분에 눈을 떳네요. 어제 밤 좀 늦게 잔 모양이라 여겨졌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일찍 깨어나는 날은 그런 날대로, 좀 늦게 눈이 떠지면 그 전날 밤에 뭐 관심가는 게 있어 늦게 잘 일이 있었는갑다 하고 여기기로 했네요. 나물 먹고 물마시고 식으로 살아야지 무슨 기계적 규칙에 의해 딱딱거리며 맞춰사는 삶은 노년의 바람직한 삶의 태도가 아니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체조를 하면서 이건 팔다리 근육 이완을 위해, 또 다른 건 복근근육 강화를, 또 다른 동작은 전립선 약화를 방지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네요. 세면장에 가서도 와이프가 사다준 센소다인 치약 3종을 매일 골라가며 치솔질을 하는 아침 일상의 대견함을 만끽합니다. 머리를 삼푸와 린스질 하면서 뇌혈관 잘 돌게 콕콕 손 끝으로 찔러가며 감는 동작을 짜식, 그래도 험한 꼴 안당하려 나름 노력하는구만 하고는 마칩니다.
근 30년간 애용한 시세이도나 설화수 로션을 얼굴에 바르고, 전기면도를 한 뒤는 작년부터 사용하는 가성비 좋은 오딧세이 로만틱 셰이빙 퍼퓸을 바르고는 마지막 코스로 바디 로션을 팔다리에 문지르고 세면장을 나오지요. 방문 앞에 있는 체중계에 홀딱 벗은 몸으로 체중을 재보고 그 수치를 기억한 뒤 PC 앞에 앉습니다. 저녁 글쓰기를 위한 글감 확보차 SNS 뉴스들을 주욱 훑어보았네요.
오늘 뉴스는 관심가는 뉴스들이 평소에 비해 제법 많이 눈에 띄었지만 소개하고 싶은 것들은 키르키즈스탄에 한국 중고차를 작년에 13만대나 팔아 한국차 전세계 수출국 중 미국, 캐나다, 호주 다음으로 수출금액 4위인 32억불을 기록했다 하네요. 이 나라에 집중적으로 수출한 중고차 비중이 99.2%에 달한다면서요. 대단히 흥미로운 뉴스였습니다. 키르키즈스탄 내수용이 아닌 러시아에의 재수출용이란 사실도 처음 듣는 얘기였네요.
다음 뉴스는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텍사스에 이상 한파로 난방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바람에 평소 한파대비 전력보유가 되어있지 않던 이 지역은 민간전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산업시설들에 가동중단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급기야 오스틴 삼성반도체 공장도 잠정적이지만 가동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24시간 가동이 필수인 반도체 공장에서 이런 가동중단은 하루 2억7천만불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고 업계 소식통을 통해 보도하네요. 믿을 수 없는 수치입니다.
이런 예기치 않은 사태를 통해 동 뉴스는 한국 반도체업계가 제조 공장을 한국에서도 분산하여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부분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금처럼 수도권에 과밀하게 집중된 것은 위험천만이라 하면서요. 호남을 비롯한 지방에도 반도체 생태계를 분산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반도체 업계가 한국경제를 먹여살리는 골간 산업임을 생각할 때 충분히 귀기울여 들어야 할 고언이라 여겨졌네요.
이쯤에서 오늘 모친과 여동생 만나러 일산 갈 마음의 준비를 하며 2장 레이아웃 수정작업을 시작해 한시간 여에 걸쳐 8절 작업을 마쳤습니다. 조금 더 할 수도 있었지만 대화역까지 가는 직통버스인 97번을 타고 가려면 정류장에 가서 먼저 기다려야 했기에 의관을 갖추고는 집을 떠났네요. 조바심에 너무 일찍 나왔는지 근 30분을 기다려 드디어 97번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역시 직통답게 25분 만에 저를 대화역에 내려주었네요.
평소 지각대장인 저를 못믿어 오늘은 여동생이 집에서 늦게 출발해 저를 한 13분 정도 길에서 기다리게 한 뒤에야 나타나 저를 픽업해 요양병원으로 떠났습니다. 이렇게 오빠가 빨리 올 줄을 전혀 예상 못했다며 추운 날 길거리에서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는 음전도 떨 줄 알데요. 가는 동안 두달 간 못본 각자의 안부들을 급하게 교환하며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제 모친은 여전해 보였지만 노쇠해 가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네요.
두달 전보다 저를 알아보는 느낌이 훨씬 덜 전해집디다. 제가 얼굴과 이마를 어루만져보니 피부는 관리를 잘 받아서 매끈함을 유지하는 게 그래도 마음에 들고 안심이 되었네요. 동생이 일주일에 두번씩 모친을 보러 오면서 팔에 착용한 몸긁기 방지 장갑을 하루 한시간만이라도 벗겨드려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잊게 만드는 게 주목적이라 하니 가시나 효심이 거의 심청이급이라고 치하해 주었네요.
우리 모친이 그 병동 간병인들 사이에는 귀염동이 할매라고 불린다는 말을 전해 듣자 저도 할마시가 꽤 귀엽다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들어 손과 팔을 주물러주며 동생에게 이 순간의 장면을 추억하게 사진 한 두방 찍어달라 부탁했네요. 노친네들은 오늘 괜찮다가도 내일 어찌될 지 모르는 지라 사진 기록은 만날 때마다 동생이 별스럽다 할 정도로 많이 남기려 했습니다. 모친이 낮잠에 빠지려 해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둘이서 병실을 나왔네요.
나와서는 점심을 그 앞에 있는 중국집으로 갈까 스시집으로 갈까하다 지난번에 중국집에 들렀기에 오늘은 스시집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스시 점심 특선 B코스를 주문하고는 지난 구정에 큰 아들 부부가 우리집에 와서 나눴던 얘기와 둘째 아들이 호텔 근무 계속 이어가게 됐다는 얘기를 전해줬네요. 자기는 저그 아들 둘과 매제 근황을 답례로 알려줬습니다. 코스 요리는 정성이 꽤 깃들어있는 것 같아 잘 챙겨 먹었네요
다 먹고는 마지막으로 같이 들르는 커피와 베이커리점으로 들러 이제 본격적인 환담을 나눌 채비를 했습니다. 제가 책 출간을 위해 모 출판사와 계약까지 했다 하니 와, 우리 오빠 늙어서도 고목에 꽃핀다 하더니 딱 그 짝이네 하고 진심어린 축하를 보여주었네요. 출판사가 오빠같이 초야에 묻혀있는 은퇴노인을 어째 알아봤을꼬 하는 궁금증도 내보이면서 말입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마키아벨리 리더쉽'에 대한 경제 칼럼 글을 하나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편집장의 검색에 걸려 이렇게 연결됐다고 알려 주었네요.
종이책 뿐만 아니라 그간 크몽에도 전자책 4권이나 올렸다고 좀 뽀개자 이미 두권을 구매했고, 오늘 4호책인 '체홉 단편선 종합해설'까지 구매하겠다고 결제해 주며 이 오라배 기를 살려줬습니다. 그런데 오늘 안 것은 물건 결제는 했는데 정작 판매물인 PDF 파일은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를 몰라 그냥 손놓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 친구는 PC를 잘 사용하지 않기에 폰을 통해 물건을 다운 받으려면 제가 우선 'PDF 리더' 앱을 설치해줘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폰 상에서 다운이 되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운 표시가 있는 곳을 아무리 클릭해도 파일이 열리지를 않는 것이지요. 제가 낑낑되니까 그만 됐다 하고 다운을 포기하려 합디다. 제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젊은 청년들이 없는가 주위를 살펴보니 대각선 맞은 편에 대학생인 듯 싶은 젊은 남자친구 세명이 앉아있길래 찾아갔었네요.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하고 우리 노친네들은 이런 것 잘 못하니까 도움 좀 바란다 하니 이 친구들이 의리의 한국인들답게 저그들 대화를 중단하고 3명이 붙어 폰을 요리조리 조작하기 시작했네요. 뭐 금방 다운 안되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몇번 어디어디를 클릭하니 물건이 나타났네요. 지난번에 구매해 놓고 다운은 방치했던 '도스토옙스키 3부작 종합해설'도 '내파일' 속으로 들어가 같은 방식으로 클릭하니 튀어나왔습니다.
여동생은 늙은 오빠가 '불치하문'(아랫사람에게 물어도 치욕스럽지 않다)의 자세를 보인 것과 그 친구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 게 신기했다며 쪼르르 빵 판매대로 가 손빠르게 감사의 빵 두덩이를 사가지고 와 저를 통해 젊은 친구들에게 전했네요. 친구들도 놀라면서 고마와했고, 저도 동생이 대신 사례를 해주는 바람에 마음이 편해지며 으쓱해지기까지 했네요.
오늘도 우리의 모처럼 만남이 흐뭇했고 괜찮은 시간을 같이 보내어 꽤 괜찮았던 일진이었다 여겨졌습니다. 오늘 글쓰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여러분과는 내일 저녁에 또 만나뵙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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