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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진짜 이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백조히프 2026. 5. 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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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진짜 이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생활지도가 사라진 교실, 방관자가 된 교사

 

26.04.27 11:40 | 최종 업데이트 26.04.27 11:40 | 김대성(ewwe99)

학교폭력 증가(AI생성 이미지) ⓒ 김대성


요즘 학교폭력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익숙한 원인을 떠올린다. SNS, 유튜브, 온라인 게임, 무너진 가정환경, 아이들의 정서 위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20년 넘게 교단에 서며 현장을 지켜온 교육자로서, 나는 그 진단들이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교사가 더 이상 개입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부모도, 평범한 시민도 좀처럼 알기 어려운, 교실 안의 불편한 진실이다.

교사는 왜 아무것도 못 하게 됐는가?

한번 상상해보자. 교실에서 한 학생이 반복적으로 친구를 괴롭히고 있다.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 타이르면 된다고? 그 말 한마디가 '언어적 정서 학대'로 신고될 수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자리에서 분리시키면? 학부모가 "우리 아이만 차별한다"며 민원을 넣는다. 갈등을 중재하려 나서면? 그 중재 행위 자체가 법적 분쟁의 빌미가 된다.

이것이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교사의 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는 일상이 됐다. 아동학대는 의심 신고만으로도 경찰 수사가 개시된다. 교육적 맥락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선한 의도로 아이들을 지도한 교사가 그 순간부터 피의자가 되는 것이다.

이 구조 안에서 교사가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선택한다는 것은, 스스로 거대한 법적 리스크를 떠안는 일이다. 합리적인 교사라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개인의 용기 부족이 아니다. 제도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결국 교사는 원하지 않아도 방관자가 된다.

교사가 물러선 자리에 폭력이 자란다

학교폭력은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 사소한 말 한마디, 작은 배제, 반복되는 눈짓에서 시작된다. 과거에는 이 초기 신호를 교사가 감지하고 막았다. "그건 안 되는 행동이야."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봐." 이 간단한 한마디가 갈등의 불씨를 잡는 결정적 장치였다.

지금은 이 초기 개입이 어렵다. 작은 갈등이 중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방치된 갈등은 결국 폭력으로 커진다. 학교폭력의 증가는 사실 '문제 행동의 증가'라기보다 '개입의 감소'가 낳은 결과다. 교사가 물러선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언제나 힘의 논리다.

피해는 피해 학생만이 아니라 교실 전체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생활지도의 공백이 학교폭력 피해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교실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영향을 받는다.

학교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공동체다. 규칙을 배우고, 타인을 배려하고, 잘못했을 때 책임지는 법을 익히는 사회화의 출발점이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 갈등 상황에서의 공정한 중재, 공동체 규칙의 일관된 적용—이 모든 경험이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는 토대다.

그런데 지금의 교실에서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훈육도, 중재도, 때로는 칭찬조차 조심스럽다. 혼나본 적 없고, 잘못을 지적받아본 적 없는 아이들이 그대로 성장한다. 남의 지시를 따르는 것도, 비판을 수용하는 것도 낯선 채로 사회로 나온다. 학교에서 교사의 생활지도 공백은 단순히 교실 안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사회성 자체를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다.

제도는 생겼지만 교실은 바뀌지 않았다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이후 사회는 충격을 받았고 이른바 '교권 5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달랐다. 교원단체 조사에서 교권 5법 이후 긍정적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교사가 10명 중 8명에 달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025년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맞아 실시한 조사 결과. 전국 유·초·중·고 교원 및 전문직 4104명이 조사에 참여했는데, 교원의 79.3%가 교권5법에도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교사는 절반을 훌쩍 넘었고, 그 이유 1위는 한결같이 '교권 침해와 과도한 민원'이었다(경기교사노동조합가 2025년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교사가 72.3%에 달했고, 그 이유로는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이 48.3%로 가장 많았다).

교육감의 의견제출 제도가 도입됐지만,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단한 사례조차 대부분은 경찰에 정식 입건돼 수사를 받는 현실이 계속됐다(관련 기사 : "정당한 생활지도" 교육감 의견서 내도... '아동학대 신고' 교사 고통 여전). '아니면 말고' 식의 신고가 아무런 제재 없이 허용되는 구조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제도의 외양은 갖춰졌지만 교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생활지도는 통제가 아니라 교육이다

한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생활지도를 회복하자는 말은 과거의 권위적 통제나 체벌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니다. 강압적 방식은 교육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

그러나 '지도 자체를 포기하는 것' 또한 교육이 아니다. 아이들은 경계와 기준 속에서 성장한다. 잘못됐을 때 잘못됐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곁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활지도이고, 학교폭력 예방의 출발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에게 더 용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교육자로서 온전히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보호, 악의적이고 무고한 신고에 대한 제도적 제재, 법적 분쟁의 부담을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 시스템이 지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의 교실은 조용하지만 건강하지 않다. 갈등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학교폭력 문제의 해법은 더 강한 사후 처벌이 아니라 더 빠른 초기 개입이다. 그 개입은 교사가 한다. 그러나 지금 교사는 개입할 수 없다.

교사의 손발을 묶어놓고 학교폭력이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 교육이 빠진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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