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비즈니스와 경제

독일경제의 역정과 최근의 침체 배경

백조히프 2025. 3. 28. 15:07

 

독일경제의 역정과 최근의 침체 배경

 

 

백조히프

2024. 11. 8.

 

1990년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 속에 정치사회적 혼란에 빠진 구동독을 운과 함께 슬기롭게 전격 흡수한 서독은 지난 시절 상당기간 세계 정치무대에서 ‘경제적 거인’으로는 불렸지만, 정치외교적으로는 슈퍼 파워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통일독일은 위상에 있어 명실공히 유럽내 최대 강대국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물론 ‘90년대 내내 낙후된 동독 지역을 서독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라 퍼부은 천문학적 경제재건 비용으로 독일은 한 10여 년 ‘유럽의 병자’로 불릴 만큼 경제면에서 고전을 했다. 2000년대로 들어서서야 통독 투자비용 투입도 한 고비를 넘어서고, 사민당의 슈뢰더 정부가 집권하자 제조업계에서 일자리 보전 댓가로 임금동결과 노동시간 나누기라는 협정을 노조와 성공적으로 맺어 추락하던 독일경제는 드디어 회생의 계기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슈뢰더가 독일 노조원들의 인기를 잃어 총선에서 패배하자 기민당의 메르켈이 후임 수상으로 집권했다. 메르켈은 슈뢰더가 거품 뺀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근간으로 독일경제를 살렸고, 독일의 위상을 높였다는 칭송을 국내외로부터 받으며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다.

 

이 시기 EU 대륙에서 유로화가 단일통화로 정착되자 강세 구 마르크의 평가절하 효과를 누린 독일 제조업은 유럽 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수출 최강국의 입지를 크게 넓혔다. 독일 국내 정치에서도 유연한 정치 리더쉽을 보인 메르켈은 비스마르크 이래 16년 간이라는 최장수 총리의 명성과 인기를 누렸다. 독일은 바야흐로 ‘유럽의 독일’이 아닌 ‘맹주 독일의 유럽’이라는 극성기를 메르켈의 재임 기간과 함께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메르켈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집권하자 마침 코로나 펜데믹으로 세계경제가 불황으로 빠지고, 우크라 전쟁이 터지자 좋았던 시절 독일경제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런저런 취약점들이 악화된 외부환경 속에서 바로 튀어나왔다. 다시 90년대 고난의 시대로 되돌아간 분위기가 최근 수년 간 독일사회를 뒤덮고 있다.

 

출처: 매일경제(2024. 10.12)

 

독일 재무성에 의하면, 독일경제가 ‘23년 –0.3% 역성장을 기록한 뒤 ’24년에도 –0.2% 성장이 예견되어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지난해 2.3%, 일본이 2.2%, 프랑스가 1.0%를 보인 것에 비하면 독일의 추락이 두드러져 보인다. 심지어 유럽의 만성병자로 칭해지는 영국과 이탈리아조차도 각각 0.3%와 0.8%를 거둬 독일보다는 나은 성장률을 거두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독일경제의 침체 원인으로는 제조업 중심 경제 모델의 한계, 첨단산업에의 투자 결여, 고령화와 숙련인력의 부족을 들고 있다. 독일의 드높았던 제조업 경쟁력은 오랜기간 독일경제를 이끌어간 강력한 성장 엔진이었다. 자동차와 화학, 그리고 기계 산업은 독일 제조업의 3대 기둥이었다.

 

그런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시장이 불황에 빠지자 독일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 줄어들었고, 중국정부가 자국 생산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수입대체 정책을 펼치자 독일 제품의 수출은 더욱 더 어려워졌다. 타 지역시장으로의 수출전환도 중국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와중에 중국 전기차의 유럽시장 판매 공세는 독일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을 입혀 폴크스바겐사는 중국과 독일의 화석연료차 생산공장들의 폐쇄를 결정할 정도였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은 러시아에서 값싼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독일 민간가계와 제조기업들에 에너지 가격 급상승을 야기해 가계에는 서너배나 인상된 전기요금을, 제조기업들에는 엄청난 생산비 상승을 강요해 독일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그동안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개발로 ‘탈원전’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원전 복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만큼 에너지가 상승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높은 제조업 경쟁력에 안주하며 잘 굴러갔던 독일경제는 AI와 반도체, 전기차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에는 R&D, 인적, 인프라 투자를 그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에도 밀리는 낮은 경쟁력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숙련인력과 고급인력의 부족 역시 독일경제의 침체기를 더 오래 가게 만든다.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날 신성장 산업의 동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출처: 매일경제(2023. 9. 4)

 

독일경제의 침체는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산업구조가 비슷한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높은 제조업 비중과 수출지향적 산업구조, 고령화로 인한 숙련인력과 고급인력 부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한국경제는 독일의 침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첨단 AI 산업에의 투자를 높여 전통 제조업 비중을 줄여야 한다. 재생에너지 산업에도 과감한 정부투자 지원책을 펼쳐 균형재정을 지나치게 지키려다 침체를 벗어날 신성장 산업에의 공공투자를 주저하는 독일을 결코 따라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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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공

  • 24.11.10 20:10 새글
  • 첫댓글 유로화의 등장으로 덕을 본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이고,혹시나 해서 붙은 영국은 조심스럽게 통화는 파운드로 쓰고 , EU 경제체제로 들어가서 꿀을 빠나 했지만, 外勞者의 유입을 두려워하여 탈퇴하는 결정을 했지만 여전히 별 효과는 없는 듯하지요.

 

  • 오히려 스코틀랜드가 그레이트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에 탈퇴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요.
  • 유럽 주요국들은 화폐절하의 효과를 보았지만, 가난한 친척들인 Portugal, Italy, Greece, Spain- PIIGS는 졸지에 부자 친척 나라의 바람잡이에 평가절상의 효과를 보는 바람에 결국 凍足放尿가 되어서 한참 고생하다 刻苦의 재정개혁으로 起死回生하였지요.
  • 독일은 중국에서 한때 재미보다 나중에는 虎口잡혀서 끌려갔네요. 결국 중국전기차에 역공을 당해 자신의 중국과 유럽내 화석연료차 시장 기반을 삽시간에 잃게 되었지요.
  • 친환경 재생에너지 앞세우다 풍력발전 등도 중국에게 덜미를 잡히고,러시아에게 천연가스 공급에 목이 조이고 현재 많이 갑갑함미다.
  • 김재민
  • 작성자 07:47 새글
  • 마공은 유럽 상황에 대해서도 대단한 해박함을 보이는구료. 영국이 2020년 1월 EU를 최종적으로 떠난 브렉시트를 감행한 것은 마공 예상대로 독일과 프랑스가 편묵고 영국을 견제하는 바람에 생긴 사단이지요. 당시 영국 수상 캐머런은 독불에 여차하면 탈퇴하겠다는 위협을 주려 '16년 6월 영국내 EU탈퇴 국민투표를 했는데 자기 예상과는 달리 영국민의 과반수가 찬성하는 바람에 상황이 삽시간에 나가는 쪽으로 돌변했네요. 지금은 과반 이상의 영국인들이 탈퇴를 후회하고 재가입 길을 모색하는 중이라 함다.

 

  • 아무튼 영국이 나가고 독일이 EU 파트너인 프랑스마저 경제적으로 제압해 거의 혼자 독주하다 '20년 메르켈이 물러나고 후임 총리가 된 숄츠가 연정형태로 집권하자 코로나 펜데믹, 우크라 전쟁이 차례차례 터져 독일경제가 찌그러들기 시작했심다. 며칠 전 연정파트너인 자민당 린드너 재무상을 해임함으로써 연정도 곧 깨질 것 같고, 이 아재도 곧 사임해야 할 분위기 같습디다.
  • 마닐라공
  • 24.11.08 22:49
  • 독일은 뭔가 있는가 같은데 허당인 듯 하는 알다가다 모를 모순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 우리나라가 독일에게 뭐라하기는 누운 돼지가 달아맨 돼지 나무라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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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법사
  • 24.11.09 11:27
  • 뒤쳐지는 일본에 이어 주춤거리는 독일이라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독일의 건실함을 무슨 신화처럼 듣고 자란 세대에겐 좀 허탈해지기도 하는 이야기가 되겠심다.
  • 재민공 글을 읽으면서 두 가지가 짚이는데 그 하나는, 누구든지 현실에 안주하고 기득권에 집착하여 제 때에 변신을 못하면 지난날의 우등생이라도 하루 아침에 수구 꼴통이 되어 낭패를 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밉든 곱든 중국을 잘 다뤄야 살아남는다는 것이지요. 독일이 저 정도인데..., 정말로 남의 일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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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민
  • 작성자 24.11.10 15:23 새글
  • 우리 세대가 독일은 2차대전 패전 후 철저히 자기반성하며 경제강국으로 올라선 것을 높이 평가하여 이 나라를 무슨 보증수표처럼 건실함의 대명사로 여겼지요. 하지만 그 건실한 국민성이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해 자기들이 정한 건전재정 준칙에 빠져 첨단산업에 대한 공공투자를 제대로 못하니 요즘 같은 경제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외부로부터 받고 있는 듯 함다.

 

  • 제때 변신하는 속도가 느린 게 일본하고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하겠네요. 한 때는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잘 다루는 독일이라 평가 받았지만 지금은 그 때문에 경제가 한참 고전하니 참 세상만사 새옹지마라 여겨짐다. 당분간 고생하겠지만 그럼에도 뭐 해법을 그럭저럭 찾아내리라 믿고 싶네요.
  • 마닐라공
  • 24.11.09 12:48
  • 본인이 독일편의 풍물기를 연재하겠다고 하였으나 ,중단하여 죄송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아까운 자료들이나,그것은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인 것을 널리 양해 해주길 바랍니다.
  • 김재민
  • 작성자 24.11.10 15:24 새글
  • 그래도 풍물기 잘 봤네요. 다음에는 사진들과 글 내용을 좀 더 균형있게 보완해 연재하면 더 그럴 듯 하겠습디다. 힘들게 확보한 좋은 사진들에 마공의 생각을 표현한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더 많은 가독률을 보이리라 믿네요.
  • 수인공
  • 24.11.10 16:12 새글
  • 독일과 일본이 뒷걸음치니 한국이 돋보이는 현상이네요.
  • 벨로 부자 아닌데 트럼프놈이 돈 뜯어 먹으려고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