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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후 러시아의 경제 현황과 향후 전망

백조히프 2025. 3. 28. 15:18

 

러-우크라 전쟁 후 러시아의 경제 현황과 향후 전망

 

 

백조히프

2024. 11. 10

 

2022년 2월24일에 발발한 러-우크라 전쟁은 햇수로 3년을 끌며 ‘25년을 맞는데 이제 2개월을 남겨놓고 있다. 구소련의 해체 후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꿈꾸던 푸틴은 서방국들의 러시아 압박에 맞서고자 했으며, 같은 뿌리라고 여겼던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며 서방 진영에 합류하려 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군사적 공격을 했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군사력에서 압도적으로 보였던 러시아가 길어야 한 달이면 우크라를 점령할 줄 알았으나, 의외로 우크라의 초전 선전이 돋보여 미국과 나토국들은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러시아와 대등한 전력을 보이며 2년 째부터 이 전쟁은 전형적인 교착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 초기 서방 진영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의 주력 수출품인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출을 막고, 이 나라가 꼭 수입해야 하는 주요 중간재에 대해서도 강력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그리고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간 금융거래 네트웍에서 추방해 고립시켰다.

 

 

이쯤하면 러시아 경제가 조만간 고사하며 전쟁수행력이 악화되어 서방측에 화평을 구할 줄 알았다. 그러나 첫 해인 ’22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1%를 기록했는데 IMF의 예상치 –8.5%보다는 훨씬 선방한 수치였다. ‘23년에는 오히려 3.5%~4.0% 성장으로 제재를 주도한 서방 주요국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24년에도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어 서방측의 제재 의도는 완전히 헛발질한 결과로 드러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러시아 경제의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러시아 화석연료 수출에 대한 제재는 국제 에너지가 상승을 야기했다. 제재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각국의 예비적 수요가 공급이 감소하기도 전에 가격 급등을 유발해 제재부과 6개월이 못되어 최대 6%까지 가스 가격이 상승했다.

 

 

제재 동참국에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막으면서 다른 국가의 화석연료 가격에 격차가 발생했다. 실제로 러시아산 우랄유와 영국산 브렌트유 사이에 배럴당 20불 상당의 가격 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 중국과 인도는 값싼 우랄유를 집중 구입하며 막대한 이득을 보았고, 동참국 일부도 우회수단을 통해 러시아산 수입을 일부 했다. 그 결과 러시아산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수출량의 획기적 감소는 발생하지 않았다. ‘22년 러시아의 전체 수출액은 631억불을 기록해 전쟁 전인 ’21년 수출액 549억불을 오히려 넘어섰다.

 

주요 중간재에 대한 서방국의 강력한 대러시아 수출통제는 러시아의 ‘22년 수입액을 349억불에 그치게 하여 ’21년 수입액 380억불에는 못미치게 하였다. 결국 서방의 강력한 수출통제는 ‘22년 러시아의 순수출을 개선시켰고, 이러한 개선효과는 대러 제재의 충격을 상당부분 상쇄하는 주요인이 되었다.

 

여기에다 민간소비의 빠른 회복은 ’23년 러시아의 3.5%대 성장을 가능하게 한 핵심 동인이었다. 이것은 환율과 물가를 조속히 안정시킨 엘비라 나비올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의 공이라 할 수 있다. 전쟁 직후 루블 환율은 매우 큰 폭으로 상승했고, 물가도 수입물가 상승과 민간의 사재기로 동반 급등했다. ‘22년 3월부터 7월까지 소비자 물가가 15%를 넘어 상승했다.

 

<엘비나 나비올리나 러시아 중앙은 총재>

 

나비올리나 총재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책을 구사하여 8.5%였던 기준금리를 단번에 20%까지 끌어올렸다. 소비와 투자 위축을 감내하더라도 물가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의 표명이었다. 한시적으로 외환반출과 일정액 이상의 예금출금을 막는 정책도 병행하였다. 이러한 통화금융책은 환율과 소비자물가를 빠르게 안정시켰다. 인플레율은 ’22년 5월 이후 낮아져서 ‘23년 3월 3.4%를 기록해 전쟁 전 ’21년 3월의 5.6%를 하회하는 기적을 보였다. 이로 인해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해 러시아 경제의 자생적 회복력을 서방측에 과시했다.

 

다른 한편 그동안 유휴생산 상태에 있던 러시아내 군수공장들이 일제히 풀가동을 하며 GDP 성장률 제고에 기여했다. 아울러 고용률도 높아져 2차대전 때 독일군을 패배시킨 러시아 전시경제의 복원적 활황세를 단기적으로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북한군마저 후한 용병급료로 고용할 여력이 생겼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 경제는 그리 장밋빛이 아니다. 서방측의 대러제재는 러시아 기업들의 미래 생산성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디지털 IT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의 투자를 크게 지연시키고 있다. 전쟁 전에도 에너지 산업의 비중이 러시아 GDP의 70%에 달할 정도로 고착적인 산업구조라서 첨단산업에의 생산자원 이전이 지지부진했는데 지금 같은 전쟁 중에는 에너지 산업에 더 의존해야 하기에 첨단산업은 살펴볼 겨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대러제재로 중간재 수입이 어려워지고, 서방의 기술협력선이 제한되는 것도 러시아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첨단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요인들이 될 것이다. 러시아 경제의 에너지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단기적으로는 서방국의 제재에 크게 흔들리지 않게 한버팀목이 되었으나, 장기적으로는 그것 때문에 질적성장을 막는 족쇄가 되는 양가적 역할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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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닐라공
  • 24.11.11 08:32
  • 첫댓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우러 전쟁도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 미 유럽과 러시아의 경제 환경이 전쟁전후의 양상이 달라지겠습니다.
  •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전후복구 사업의 참여 기회와 러시아와의 관계 정립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 러시아의 경제 회복에 우리의 협조가 필요한 상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 앞으로 러시아=>남한=>북한의 천연가스 파이프가 개통을 기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북한이 우리를 거쳐서 천연가스를 공급 받도록 해야 합니다.정은이 지꼴리는대로 막으면 아니되겠지요.물론 지 마음대로 하다가 푸틴에게 쪼인트 까이겠지만..)
  • 김재민
  • 작성자 24.11.12 08:20
  • 그렇네요. 트럼프가 이 전쟁을 조기 종전시키겠다고 큰 소리 쳤는데 어떻게 진행될지 자못 궁금함다. 우크라가 국토의 20%를 점령 당한 현 전선에서 휴전을 강요받는 것은 참 받아들이기 힘들 것인데 트럼프 생각대로 그리 될지 말이네요.

 

  • 젤렌스키와 일부 나토국들이 일방적 종전 강요에 상당히 저항할 것인데 그럼에도 종전은 될 수 밖에 없으리라 예견됩니다. 전쟁이 너무 오래 진행되었기 때문임다. 1953년 한국전쟁에서의 휴전처럼 흘러갈 모양새네요. 한 뼘의 땅이라도 휴전 전에 차지하려 양측 군인들이 많이 희생될 듯 함다. 우리 영화 '고지전'에서 보던 바대로요. 북한군 희생도 만만찮을 것 같고요.

 

  • 마공 예상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의 전후 복구사업에 한국기업들도 많이 뛰어들겠지요. 어디 한번 두고 보십시다.
  • 수인공
  • 24.11.11 12:51
  • 향후 전망까지...대단한 김박입니다!^^
  • 김재민
  • 작성자 24.11.12 08:21
  • 수인공의 격려 칭찬 고맙네요.
  • 김작가
  • 24.11.11 15:09
  • 좋은 자료를 주셨네요
  • 전쟁의 후 어떻게 될 지 알려주는 좋은 자료입니다
  • 김재민
  • 작성자 24.11.12 08:23
  • 김작가, 잘 지내시지요? 소생의 졸고 일독해 주셔 감사할 뿐임다. 계속 시리즈로 국내외 경제 시사글들 써올리겠네요. 많이 애독해 주십쇼.
  • 마닐라공
  • 24.11.12 17:22
  • 미국의 대외정책을 보면 확실한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다하면 슬거머니 핫바지 빵구 새듯이 얼버무립니다.
  • 그리고는 갈등의 씨앗을 항상 남깁니다.
  •  
  • 김재민
  • 작성자 24.11.15 12:26
  • 마공 말이 상당히 맞는 듯 함다.
  •  
  • 이법사
  • 24.11.14 14:17
  • 참 예상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전쟁양상인가 합니다.
  • 일단 국토가 크고 인구가 많으며 역사가 길면 만만히 굴복시킬 수가 없는 것 같네요.
  •  
  • 김재민
  • 작성자 24.11.15 12:25
  • 그래요. 2차대전 당시 독소전에서 소련군이 거의 궤멸 직전에 몰렸지만 가을장마(라스푸챠)가 닥쳐와 독일군 기갑전력이 진흙뻘탕 속에서 헤매었고, 소련은 군수공장들을 우랄산맥 너머로 뜯어가 재조립 후 군수품을 생산했던 '잔존경제체제'가 땅덩이가 크다보니 가능해 독일군이 결국은 패퇴하게 되었지요.

 

  • 마지막 독일군이 깨어진 쿠르스크 전선이 지금 우크라군에게 일부 점령당했으니 역사가 돌고 도는건지 또다시 두고 볼 일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