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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편의점계에 뛰어들다

백조히프 2018. 3. 29. 19:43




​우리가족 편의점계에 뛰어들다 

그제(12/29) 2주 전에 개업한 와이프가 점주로 있는 CU 편의점에 들러 15시간을 같이 지내다 돌아왔네요. 제 산학교수 생활도 조만간 끝이 있을 것이고, 다녀도 항상 빵꾸나는 적자가계의 노후 소득원 개발을 위해 만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 와이프가 또 한 명의 우리집 준백수인 작곡 전공의 둘째 아그와 함께 1년 전부터 해보려 했던 업종임다.




그동안 된다 안된다고 갑론을박하던 주위 지인들의 다양한 견해들에 요리솔깃 조리솔깃하며 할까말까 하던 우리부부는 마침내 '예라, 맞아 죽으나 굶어 죽으나' 하는 심정으로 와이프가 최종결심하자 한달 만에 일사천리로 김포신도시 케널시티란 곳에 소규모의 아담한 가게 하나 내게 되었네요.



저도 덕분에 편의점 업계에 대한 공부를 관심갖고 하게 되었심다. 80년대 초 미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 소개된 편의점 업계는 이런저런 부침을 거쳐 현재(17년6월) 2강1중2약의 과점체제를 유지 중이네요.


GS리테일의 GS25와 BGF리테일의 CU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31.7%와 31.8%, 롯데계열의 세븐일레븐이 24.1%, 신세계의 미니스탑이 6.5%, 이마트24(구 위드미)가 5.8%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조만간 총점포수 4만개(인구1,300명당 1개)의 밀집도에 도달할거라 함다. 일본의 2,200명당 1개소라는 수치까지 넘어선 과밀도를 보이고 있지요.



따라서 수년 전부터는 양적팽창보다는 질적성장을 추구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심다. 셀프계산대와 야간 무인화점포 시스템, 널직한 테이블 및 스터디 카페 등의 공간을 갖춘 '프리미엄 편의점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거라 전망되고 있네요.




보통의 서민점주들이 운영하는 일반편의점들 간에는 친절함과 청결함이 충만한 내부와 분위기 좋은 음악공간 구성, 숨어있는 고객 니즈 촉발 매대를 가능케 하는 차별적 발주능력, 그리고 고객불만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잘 된 알바종업원 양성 등이 필수적인 핵심경쟁력의 원천이라 생각됩디다.



매장에서 첫날 같이 지내며 몰랐던 여러가지 매대진열 노하우(골든존, 계단식 및 트라이앵글 진열원칙 등)와 POS(매출매입, 재고검수 및 발주 등 판매시점 매장관리) 시스템의 정교함에 신비로움까지 느꼈네요.



와이프가 저를 앞으로 제대로 부려 먹으려고 손님 맞아 포스 처리 한번 해보라 했지만, 아직까지 뭐가 뭔지 몰라 옆에서 움츠린 채 어깨너머 구경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심다.


와이프가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중에도 혼자서 손님이 들이닥칠까 불안에 떨며 전전긍긍할 정도였네요. 저녁 늦게서야 바코드 찍는 연습과 교통카드 충전, 신용카드나 현금결제의 포스처리 연습을 반복함으로써 초심자의 공포감을 쪼끔 떨치기는 했심다.


웃기는 것은 내게는 한참 선임처럼 보이던 와이프도 둘째 아들놈 앞에서는 처리속도가 늦고 버벅된다고 그동안 '똑바로 못해!' 하는 면박 듣기가 일쑤였다는 거네요.


집에서 작곡가 흉내는 내지만 백수 캥거루족으로 보이던 놈이 매장관리와 알바생 면접 및 업무숙지 오리엔테이션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실질적인 점주노릇 톡톡히 해내는게 꽤 대견스럽습디다. 새로운 작은놈의 재발견이 가장 큰 망외소득 같데요.



저도 밥값 좀 하려 자진해서 주류와 음료들을 비치한 매대 뒤 내부냉장 공간에 들어가 으스스한 추위속에서 많이 쌓여있는 박스속 물건들을 하나하나 까서 꺼내 재고 설치대 위에 가지런히 배열하는 작업을 두시간여에 걸쳐 행했네요. 둘째놈 점주가 '아빠, 오지리게 잘 정리해 놨네!' 해쌈시롱 무슨 인센티브라도 줄 것처럼 감탄해 주니 앞으로는 방문할 때마다 제 업무가 되지 싶습디다.



포스처리 작업 외에도 포장박스 및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고객문제 처리, 배송물품 진열, 다음 근무자와의 인수인계 등 할게 한 두가지가 아닙디다. 거기다 택배와 우편물 보관처리 등 날로 추가되는 업무범위 확대로 알바생들이 그저 바코드만 찍으며 돈받는 Job이 아니라는 걸 감지체험 했네요.

 

아직까지 매출실적은 당연히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꽃피는 봄이 오고, 녹음 우거진 여름 시즌에 1년 피크 장사를 한다하니 두려움과 설레임 속에 앞으로를 기다려 볼람다. 



어쨌거나 우리집 두 백수에게는 전념할 바깥생활 공간을, 지역청년 4명에게는 스트레스 덜받고 자기독립에 의미있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이 공간을 적지않은 의미로 받아들이려 하네요.


우리가족에게는 생계에 큰 보탬되는 삶의 체험놀이 공간으로, 지역주민에게는 말 그대로 일상의 쾌적한 편의공간적 랜드마크로써 잘 가꾸어지도록 저도 김포집에 올 때마다 제 보따리 지식과 욱체노동적 양면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 보려 함다.